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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법 이야기 ]
 
작성일 : 05-06-29 00:00
수경사를 본 어떤 PD의 반성 - 펌글
 글쓴이 : 우리아기
조회 : 7,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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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경사를 본 어떤 PD의 반성 - 펌글
 
 오해의 소지가 있어 밝힙니다.
 전 이글을 쓴게 아니라 퍼 온것인데..
 읽으면서 정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공연히 글쓴이에게 누를 끼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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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왜 방송 다큐멘터리를 만들까?'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질문이
 다. 그럴때마다 이렇게 대답을 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다큐멘터리에 있어서...' 힘'이
 란 단어에서 권력의 수상한 냄새가 난다. 하지만, 영상 언어로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힘은 사
 용하기에 따라 아름다워질 수도 있다. 그래서 언론을 가리켜 사람들은 제3의 권부'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면에서 보자면 나는 문화적 권력을 가진 사람인셈이다.
 
 
  방송프로그램을 만드는 PD들은 많은 곳에서 유혹을 받는다. 사실과 진실에 입각한 영상보다
 는 보다 아름답게 포장되는 영상에 대해서 말이다. 신문을 비롯해서 잡지 그리고 방송 매체
 등과 같은 미디어들은 대중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한 영향력은 보이지 않는 문화적 권력이
 된다.
 
지난 토요일 밤, 두달이란 인도에서의 촬영을 마친 뒤였다. PD들에겐 가장 지겨운 작업이라
 고 하는 편집을 하던 중이었다. 아내는 옆에서 인터뷰를 번역하고 있었고 나는 수많은 촬영
 테입들 가운데 시청자에게 무엇을 골라 보여줄 것인가를 놓고 끙끙대고 있었다. 그러다가 잠
 시 쉴 생각에 텔레비젼을 켰다. 리모콘으로 여기 저기 채널 서핑을 하는데, '그것이 알고 싶
 다'란 프로그램에서 채널이 고정됐다. 업동이를 키우는 승려에 의해서 어린 아이들이 방치되
 고 학대받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것이 알고 싶다'란 프로그램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물론 순기능의 역할을 하기
 도 하지만, 지나치게 충격적인 장면들을 나열함으로써 시청자들의 눈을 고정시키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한 '수경사의 두얼굴'이란 프로그램은 방송을 만드는 나로서도
 충격이었다. 서울의 은평구에 자리잡은 수경사라는 절에서 벌어지는 행각들. 아이들이 그렇
 게 방치 되었다는 사실보다, 그동안 신문과 방송이 문제의 절과 승려를 미담으로 포장하여 대
 중들에게 알려왔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충격이었다. 인터넷에선 수경사 사태로 난리인 듯 싶
 다. 서울 외곽의 산사에서 벌어진 일에 이토록 사람들이 흥분하는 것은 지금까지 수경사와 비구니를 아름다운 감동의 드라마 주인공으로 언론이 포장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문제의 절과 승려를 미담으로 소개했던 프로그램의 담당자들 마저 어제의 '그것이 알고싶
 다'를 보고 상당히 놀랐을 것이다. 결국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사과문을 자체 홈피 게시
 판에 올리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문제의 절을 취재해 미담으로 소개한 언론은 조선일보 동아일보 KBS MBC SBS 모닝 와이드 등을 비롯한 주류 미디어와 몇개의 불교계 신문 그리고 케이블 방송과 위성 방송 등이다.
 
 엇이 문제였을까? '무인'이란 승려의 연기에 모든 언론이 속은 것일까? 아니면 일부 네티즌이 의심하는 것 처럼 기자와 PD들이 문제의 승려와 거래를 했던 것일까?
 
대중들은 언론에 대해 상당한 신뢰감을 갖는다. 물론 일부 조사와 통계에선 언론에 대한 불신
 이 강하게 드러난다고 하지만, 실제로 드러나는 양상을 보면 다르다. 신문과 방송에 나오면
 그것이 정답이 되고 정의가 된다. 방송에 소개 되면 그 식당은 아주 맛있는 식당이 되고, 의사
 가 소개되면 명의가 된다. 최근 들어선 한 연예인이 요가의 달인이 되어 그 효과가 과대포장
 되기도 한다. 미담을 소개하면 1억이 넘는 돈이 한 순간에 모금되기도 하는 세상이다. 방송 내
 용이 대중의 코드와 잘 맞아 떨어지기만 하면, 대중들은 포장된 영상들에 울국 웃고하며 감동을 받는다. 그것은 수완 좋은 목사의 부흥회가 된다.
 
 이번 수경사 사태는 오류에 의한 복제와 확산이다. 모르긴 해도 처음 수경사 미담을 소개한
 곳은 주류가 아닌 작은 매체에서 소개했을 것으로 본다. 아니면 처음 시작 부터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이나 5대 일간지중 하나로 부터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첫 단추가 잘 못 꿰어짐으로써 그 뒤를 따른 언론들 마저 잘못된 방향으로 나란히 줄서기를 한 것이다.
 
 그냥 눈에 드러나는 사실 몇개만으로 예를 들면 '버려지는 아이들을 키우는 여스님'이란 소재
 는 충분한 이야기 거리가 된다. 사실 그 아이들이 어떻게 키워지는지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
 을 것이다. 생각해보라. 버려진 아이들을 키우는 여스님. 정말 괜찮은 소재가 아닌가? '버려
 진 아이들을 키우는 목사 혹은 수녀 아니면 신부'라고 하면 싹 당기는 소재는 아니다. 왜냐하
 면 버려진 아이들을 업둥이로 키우는 전통을 가지고 있는 불교의 이미지. 그리고 산사의 동자
 승. 이러한 이미지들로 인해 '사찰 일주문 앞에 버려진 아이들을 업둥이로 데려다 키우는 비구니'는 취재자들로 하여금 구미 당기게끔 하는 소재이다.
 
 그렇게 처음 누군가에 의해서 기사가 쓰여지고, 다시 그것이 조선일보 혹은 동아일보 같은 주
 류 신문에서 다시 다뤄지면 이제 수경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엄청 아름다운 감동의 드
 라마가 되어 포장된 채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다. 수경사와 승려는 권위를 가지게 된다. 그 뒤를 이어서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까지 가세하면 상황은 점점 더 복제되어 확산된다.
 
이미 앞서의 언론들에서 소개된 그래서 검증된 것이라 믿기에 그 뒤를 잇는 기자와 PD는 아
 무런 의심없이 더 크게 포장시킨 채 오류를 눈치 채지 못하고 복제 확산시키는데 일조를 하게된다.
 
 그러나 내가 놀라운 것은 무인이란 비구니가 놀라운 연기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래서 모든 기자와 방송 제작진이 거기에 속았다고 하더라도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다.
 
지금까지 내 취재 경험에 따르면 그리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방영된 일부 영상만
 보더라도 의심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선의라고 해도 버려진 어린 아이는 올바르게
 갖춰진 시설에서 양육되어야 한다. 그러나 수경사의 장면들을 보면 당체 어린아이를 위한 배
 려는 단 한곳에서 볼 수 없다. 즉 그 곳은 어린 아이를 키우기에 적당한 곳이 분명 아니란 것
 이다. 시설이 잘 갖춰진 시설. 우리에겐 어찌됐든 '고아원'이란 단어로 어둡게 연상되는 곳이
 다. 그러나 산사는 다르다. 그러기에 이미지가 주는 연상과 선입견으로 인해 취재자는 자신도 모르게 포장을 하게되고 대중은 속는다.
 
 버려지는 아이들을 키우는 비구니. 그래 여기까진 정말 괜찮은 소재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
 래서 문제의 절에 전화로 섭외를 했을 것이다. 답사 까지는 아니더라도 촬영 당일 뭔가 다른
 흐름을 충분히 눈치 챘을 수도 있다. 기자와 PD라면 그것이 신문과 방송에 소개된 뒤 있을 영
 향력에 대해 익히 알고 있다. 자신이 취재해서 정말 흥미 있으면 대중은 거기에 10 제곱을 하여 반응을 보인다.
 
현장의 감. 이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감이란 것은 취재 일선에 서다 보면 자연
 스럽게 체득하는 감이다. 그런데 앞서 오류를 범했던 기자들과 PD들은 모두 '감'이 없었던 사
 람들일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 마음 한 구석에 의심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소재
 가 주는 매력으로 인해 그러한 의심은 수면 아래로 잠겼을것이다. 도심 속 가까운 곳의 고즈
 넉한 산사. 그리고 비구니와 업둥이 거기에 90세가 넘는다는 노승. 한 마디로 그림이 된다.
 
처음 수경사에 아이들이 사연 있는 부모에 의해 맡겨졌을지도 모른다. 무인이란 비구니 역시
 그런 아이들을 업둥이로 받아들이는 것이 불교계의 관행이었기에 첫 시작 부터 아이들을 통
 해 돈을 벌 것을 염두에 두고 벌인 일이 아닐 수도 잇다. 그런데 그런 사연이 일부 언론에 의
 해 소개되고 확산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수경사를 찾았을 것이다. 그 쯤되면 수양이 떨어진 승
 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욕심을 갖게 되고 그 욕심은 확산되는 미담 만큼이나 부풀어진
 다. 왜냐하면 이미 언론에 의해 권위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일부 욕심많은 PD들은 아무런 생각없이 포장을 한다. '스님. 이왕이면 아이들을 안고
 동요 하나 해주시죠.'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 뒤를 이어서 촬영을 나온 방송팀들은 앞서의 그
 림들과 차별성을 둬야 하다보니 또 다른 것을 주문했을 것이고... 이왕 나가는 미담. 더욱 아
 름답게 비춰져야 프로그램의 힘이 생기는 법이니까... 아름다운 감동의 드라마는 이제 문전성시를 이루는 목사의 부흥회가 된다.
 
공교롭게도 수경사의 미담(?)이란 것을 방송에서 소개한 프로그램들은 한결 같이 외주 제작
 사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외주 제작사들의 제작 환경으로 미루어 짐작해 봤을 때, 우
 선 그림을 만들어 놓고 보자는 식이 강했으리라 본다. 여기엔 언론인으로서의 도덕성은 종적
 을 감춘다. 반응이 좋으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이다.
 
이번 수경사 사태를 시작으로 해서, 이제 방송 제작을 하는 작가와 PD들은 반성을 해야 한
 다. 자신의 잘못된 취재로 인해 주는 파장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사실과 진실'이란 것에
 보다 더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 권력과 자본에 의해 언론의 자유가 침해받기도 하지만 가장
 무서운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는 바로 언론인 자신들에 의한 무뇌아적인 경쟁과 보도란 것
 을 이제 우리는 알아야 한다. 연기를 잘하는 욕심 많은 비구니에게 속았다는 말로 대신해선 결코 안될 것이다.
 
이제 다시 내 스스로에게 묻는다. '너는 방송 프로그램을 하면서 세상을 변화 시킨다고 믿고
 있니?' 그건 자기 성찰의 자문이다. 지금까지 요란하지 않는 변화를 꿈꾸는 PD로서 만족한다
 고 세뇌시키듯 자답했지만, 자기만족의 문화적 권력을 즐겼을 뿐이다. 내가 세상을 변화시키
 기 위해 방송 프로그램을 한다고 답하기에 앞서, 이제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
 
 
 2005년 6월 27일 새벽, 똠방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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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아기생각
 아직도 사랑해야할 아기들이 이 땅에는 너무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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